처음에는 그냥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통증인 줄 알았어요. 근데 항문 안쪽이 바늘처럼 콕콕 찌르는 느낌이 낮에도, 밤에도 계속해서 이어지고는 했어요. 앉아 있을 때 더 심했고, 누워서 쉬려고 천장을 보고 반듯하게 자세를 취하면 불편함이 한 층 더 선명하게 저를 괴롭혀왔어요. 잠들기 직전에도 한 번씩 찌르듯 올라오는 통증 때문에 괜히 더 예민해졌구요.ㅜㅡㅜ
지금 당장 응급실에 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아주 마구 심하게 아픈 건 아니었어요. 대신, 은근히 사람 신경 긁어놓으면서 끝나지도 않고 반복된다는 게 문제였죠. 몇 분 간격으로 올라오는 그 감각이 하루 종일 신경을 붙잡고 있었어요. “이러다 평생 이러는 건 아니겠지?”라는 공포감마저 찾아오게 될 정도였으니까요.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했어요
항문외과를 가게 되기까지도 참 이것도 정말 수없는 고민끝에 어렵게 가게 되었는데요. 사실 부위가 부위인지라 민망함 그 자체잖아요. 제가 참다 참다 어렵게 맘먹고 찾아가서도 항문외과 입구 앞에서도 몇 번을 입구 앞까지 들어갈까말까 고민을 하다가 눈 질끈감고 겨우겨우 가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진찰도 받고 필요한 검사도 해보게 되었어요. 혹시 치질이거나 염증일까 걱정했는데, 결과는 “문제가 될 게 없습니다!” 제가 그 말을 듣는 순간 안심이 되기는커녕 민망함과 함께 더 막막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이상이 없다는데 왜 나는 계속 왜 이렇게 아프기만 한 거냐구요!!!
그때 의사 샘도 문제의 원인을 사실상 알지 못한 채 저의 증상과 오히려 거리가 먼 치칠 연고나 처방해주셨어요. 제가 병원 다녀와서 폭풍검색을 해보았더니 제 증상과 거의 99프로 일치하는 게 항문거근증후군이더라구요. 눈에 보이는 상처가 없어도 항문 안쪽 근육이 굳어 있으면 충분히 아플 수 있다는 말이었어요. 이건 치질 치료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처방받은 약과 연고는 저에게 도움이 되지 않더라고요.
돌이켜보니 생활방식에도 문제가 있었어요
그 시기 저는 스트레스가 심했었고, 커피도 거의 물처럼 마시듯 하고 또 날이 더운 계절이었기에 얼음이 담긴 차가운 음료를 굉장히 많이 마셨어요.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냈고, 운동도 거의 하지 않았구요. 몸도 계속 긴장되어 있었는데 저는 그걸 거의 방치하고 있었던 셈이죠.
특히 오래 앉아 있을수록 통증이 더 자주 올라왔어요. 그때부터 “이건 단순히 병이 아니라 생활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나겠구나 싶었네요.
제가 실천한 변화들
거창한 걸 시도한 건 아니었구요. 대신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보았어요.
- 하루 3~4회 따끈한 물에 좌욕
- 카페인 섭취 절반 이하로 줄이기
- 한 시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
- 잠들기 전 가벼운 복식호흡
처음엔 솔직히 너무 귀찮았던게 전 진짜 이런 거 전~혀 하지않았었거든요. 이런 것들과는 아예 거리가 먼 사람이었어요. “대체 이런 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 싶었죠.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될 때쯤 통증이 느껴지는 빈도가 점점 줄어갔어요. 2주쯤 지나니 밤에 깨지 않고 아침까지 줄곧 잠을 잘 수 있는 날도 찾아오게 되었죠. 여기서 보너스! 위에서 따끈한 물에 좌욕을 하고나서 헤모렉스라는 연고를 살포시 발라주었어요. 좌욕+연고 조합이 은근 좀 더 항문이 편안해지고 나아지는 느낌이 더 빨리 찾아오는 거 같았어요.

완치까진 아니어도, 눈에 띄게 달라졌어요
완전히 한 번에 사라진 건 사실 기대하긴 어렵구요. 대신 통증에 끌려다니는 느낌이 사라졌어요. 가끔 신호처럼 올라와도 예전만큼 겁먹지 않게 됐어요. “아, 내가 좀 긴장했구나” 하고 생활을 다시 조절하면 서서히 가라앉는 효과를 볼 수 있었어요.
밤낮으로 이어지던 항문 불편감은 결국엔 제 몸의 긴장이 만든 신호였네요. 하지만 저와는 달리 무지무지하게 심하거나 출혈, 발열 같은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셔야 해요. 그런 건 아니구 검사상 큰 이상이 없다면, 생활을 돌아보는 게 첫 번째로 반드시 해야할 우선순위인 건 분명한 거 같애요.
저는 그걸 하고 나서야 가능성을 보았고 차도가 생겼거든요. 아주 드라마틱한 치료가 아니라, 작은 습관 변화로요. 몸은 생각보다 솔직하고, 또 생각보다 회복할 힘도 있다는 걸 그걸 하면서 알게 되더라구요.